재판정 입장 중...
결혼 준비 중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비용 반반으로 하자고 해서 동의했어요. 요즘은 그게 합리적이니까요. 근데 예물 얘기가 나오니까 예비신랑이 800만원짜리 시계를 골랐습니다. 자기 집안 남자들은 결혼할 때 시계를 받는 전통이 있다고, 이건 신부 쪽에서 해주는 거라네요. 제 예물은 "요즘 다이아 하는 사람 없지 않아? 우리 실용적으로 하자" 면서요. 반반의 정신은 어디 갔나요. 자기가 받을 건 전통이고 제가 받을 건 허례허식인가요.. 파혼감이라고는 생각 안 해요. 근데 이게 결혼 후의 예고편일까봐 무섭습니다. 제가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남친이랑 크게 싸우면 걔가 꼭 하는 게 있음. 커플앱 디데이 리셋ㅋㅋ 사과를 하는 게 아니라 "우리 오늘부터 다시 1일이야, 리셋했으니까 지난 일은 없던 거" 이럼. 벌써 세번째라 앱상으로 우리는 사귄 지 두달임. 실제로는 2년인데. 처음엔 낭만인가 했는데 이제 알겠음. 걔한테 리셋은 사과 스킵 버튼임. 지난번 싸움 얘기 꺼내면 "그거 리셋 전 일이잖아" 하고 진짜로 안 받아줌. 2주년에 뭐 하냐니까 "우리 이제 60일인데?" 하고 웃는데 말문이 막힘.. 이거 귀여운 거임 소름인 거임?
남친 폰에 오픈채팅 알림이 쉴 새 없이 오길래 뭔가 했어요. 연애상담 오픈채팅방이더라구요. 남친이 거기에 우리 싸운 얘기, 제 성격, 심지어 제 가족 얘기까지 익명으로 다 풀어놨어요. 방 사람들이 저를 '예민녀'라고 부르고 있었구요. 더 걸리는 건 새벽 2시까지 접속 중이라는 거예요. 특정 닉네임이랑 서로 위로 주고받는 분위기던데.. 제가 이상한 상상을 하는 걸까요. 따지니까 "익명인데 뭐 어때, 나도 하소연할 데가 필요해" 랍니다. 하소연할 데가 왜 밤마다 거기여야 하나요? 방 나가라고 요구해도 되는 거죠?
남친이랑 커플 PT를 등록했어요. 건강해지자고 시작한 거였거든요. 첫 인바디 재고 나서 남친이 제 결과지를 사진 찍길래 기록용인 줄 알았어요. 근데 그날 밤 걔 친구가 저한테 "체지방 파이팅ㅋㅋ" 이러는 거예요. 남친이 자기 친구 단톡에 제 결과지를 올리고 "우리 커플 관리 들어갑니다ㅋㅋ" 했더라구요. 제 몸무게랑 체지방률을 걔 친구 여섯명이 다 본 거예요. 하.. 진짜 ㅅㅂ 이게 올릴 일인가요? 따지니까 "다 같이 운동하는 애들이라 아무도 신경 안 써" 랍니다. 신경은 제가 쓰이는데요. 이거 헤어질 사유 되나요?
남친이 안전 때문이라며 위치공유 앱을 깔자고 했음. 밤길 걱정된다길래 알겠다 했거든. 근데 어느 순간부터 걔 위치가 항상 '집'임. 물어보니까 "배터리 아끼려고 꺼놨어" 이럼. 내 위치는 실시간으로 보면서? 지난주엔 친구 만나고 있는데 전화 와서 "홍대는 왜 갔어?" 함. 말 안 하고 갔다고 서운하다는 거임. 나는 어디 가는지 실시간 보고되고 걔는 배터리 절약 중이고ㅋㅋ 이게 안전이야 감시야? 추가) 그냥 앱 지우라는 댓글 많을 것 같아서 미리 씀. 지우자니까 "뭐 찔리는 거 있어?" 라고 함. 이 말이 제일 무서운 거 아님?
남친 노트북 같이 쓰다가 '연애비용.xlsx' 파일을 봄. 열어보니까 나한테 준 선물이 날짜, 품목, 금액별로 정리돼 있음. 목걸이 18만원, 크리스마스 코트 32만원.. 합계 셀까지 있음ㅋㅋ 뭐냐고 물어보니까 농담처럼 "헤어지면 정산해야지~" 하고 웃는데 눈은 안 웃고 있었음. 지금까지 받은 선물이 다 보증금이었다는 거잖아. 그 뒤로 걔가 뭘 사줄 때마다 엑셀에 한줄 추가되는 상상이 나서 ㅈㄴ 소름돋음. 걔 말로는 "가계부 정리하다 나온 거고 진짜 정산할 생각 없다"는데.. 이거 믿어도 되는 거임? 아니면 지금이 도망칠 타이밍임?
남친이 커플앱에 뭘 자꾸 기록하길래 다이어리인 줄 알았음. 근데 매주 일요일마다 나한테 리포트를 보냄. 연락 응답속도 B, 데이트 리액션 A, 애교 C+ 이런 식으로ㅋㅋㅋ 처음엔 장난인 줄 알고 웃었는데 지난주에 "이번주는 C가 많아서 데이트 스킵하자" 하는 거임. 진심이었던 거지. 나를 좋아하는 건지 나를 운영하는 건지 모르겠음. 뭐라 했더니 "기록하면 관계가 개선되잖아, 회사에서도 다 하는 건데" 이럼. 연애가 회사냐? 여기서 다들 별로라고 하면 걔한테 결과 보여주려고 함. 판결 부탁
여친 생일에 쿠폰북 만들어줬다가 대판 싸운 남친임. 어깨 안마 쿠폰, 설거지 쿠폰, 화 안 내기 쿠폰 이런 거 열장 만들어서 줬거든. 정성이 중요한 거 아님? 여친이 조용히 보다가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이거였잖아" 하더니 우는 거임. 나는 물건보다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임. 여친은 내 생일에 명품 지갑 해줬는데 그건 걔가 좋아서 한 거고. 갖고 싶은 거 말하면 사준다고 했는데 "말해야 아는 게 문제야" 이러는데 말 안 하면 어떻게 앎? 작년 쿠폰 쓴 적도 없으면서 왜 화내는 건지 모르겠음. 내가 유죄임?
생일에 남친이 가방 선물해줬음. 갖고 싶다고 했던 거라 진짜 좋아했거든. 다음날 정산앱 알림 옴. '가방 26만원 중 13만원'ㅋㅋㅋ 뭐지 싶어서 물어보니까 "우리 더치 커플이잖아, 비싼 건 반씩 하는 게 공평하지" 이럼. 아니 선물이 정산 대상이면 그게 선물임? 니가 고른 것도 아니고 내가 링크 보내준 거라 서프라이즈도 아니었는데 반값 청구까지 당하니까 현타가 쎄게 옴. 참고로 걔 생일에 나는 20만원짜리 이어폰 그냥 해줬음. 그건 정산 안 하더라? 나 이거 갖고 헤어지자 하면 속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