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1년차 은행원이에요. 남편은 같은 업계는 아니고 중소기업 다녀요. 결혼할 때 '돈은 투명하게' 하자고 둘이 약속했고 저도 거기 동의했어요. 근데 투명의 범위가 이렇게 넓은 줄은 몰랐어요.
남편이 결혼하고 석 달째부터 매달25일에 '우리집 저축률' 그래프를 만들어요. 월급 합산, 지출, 저축액, 저축률 몇 퍼센트. 여기까지는 좋아요. 문제는 그걸 양가부모님이 다 있는 '가족 단톡'에 올린다는 거예요. 시부모님, 친정 부모님, 시누이까지 7명 방이요.
처음엔 "이번 달 저축률41%! 잘하고 있죠?" 이런 식이었어요. 어른들이 "장하다" 하시니까 남편은 신이 났고요. 근데 지난달에 제가 친구 결혼식 두 번에 친정 아빠 생신까지 겹쳐서 지출이 좀 늘었거든요. 저축률이28%로 떨어졌어요. 남편이 그래프에 '아내 경조사비 ↑' 라고 주석을 달아서 올렸어요.
그날 저녁에 시어머니한테 전화 왔어요. "며느리가 친구가 많은가 보네. 경조사도 좀 가려서 다녀라." 친정엄마는 저한테 따로 "아빠 생신 때문에 너 욕먹는 거 아니냐" 하시고요. 저는 그 그래프 올라간 것도 단톡 보고 알았어요.
남편한테 "이걸 왜 부모님들한테 올리냐" 했더니 "우리 돈 관리 잘하는 거 보여드리면 좋잖아. 너 은행원이면서 왜 숫자 공개를 무서워해?" 이래요. 무서운 게 아니라요. 제 경조사비가 시댁 단톡에서 평가받는 게 싫은 거예요. 남편 회사 회식비는 '남편 회식 ↑' 라고 안 달았거든요. 그건 "업무잖아" 래요.
남편 말대로 저희 저축 잘하고 있어요. 그래프 자체는 남편이 밤에 혼자 만드는 거고 저보고 하라는 것도 아니에요. 근데 저 7명 방에 제 지출 항목이 매달 올라가는 걸 생각하면 월급날이 무서워졌어요. 다음 달에는 제 미용실비가 주석으로 달릴까 봐요.
투명하게 하자는 약속은 둘 사이 얘기 아니었나요. 양가부모님까지 포함이면 그건 공개지 투명이 아니잖아요. 제가 숫자에 예민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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