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결 보고 며칠 앓았습니다. 제가 유죄 쪽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 뒤로 어떻게 됐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적습니다. 면담 다음주에 인사팀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정식 신고는 아니고 면담 내용 중에 확인할 게 있다는 식이었어요. 저는 카드 내역까지 다 보여드렸습니다. 열한 번 다 제 카드로 결제됐고 그 친구 돈이 나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인사팀에서도 "부장님이 문제가 되는 건 아니고요" 하고 끝났습니다. 그런데 그날 저녁에 옆 팀 차장이 저한테 그러더군요. "부장님, 그 친구가 그 녹음 저희한테도 들려줬어요." 저는 그게 더 힘들었습니다. 열두 명 중에 몇 명이 그걸 들었는지 저는 모릅니다. 회의실 들어갈 때마다 그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커피를 제가 내려가서 사옵니다. 회의 자료도 제가 뽑고 회식도 안 잡습니다. 그랬더니 지난주에 다른 막내가 저한테 오더니 "부장님 요즘 저희한테 아무것도 안 시키셔서 저희가 더 눈치 보여요" 라고 했습니다. 그 말 듣고 웃었는데 집에 와서는 좀 그렇더군요. 그 친구랑은 업무 얘기만 합니다. 사과는 서로 안 했습니다. 저는 아직도 커피 한 잔이 녹음할 일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 친구한테 그게 열한 번짜리 일이었다는 건 이제 압니다.
판 결 문· 변론에서 승격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커피하나 사오는데 걸리는게 내려가는김에 라고 할 정도가 아님
2026. 8. 23.
부장판사날카로운 서기2603
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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