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인생 걸린 면접 앞이라 크게 혼내지도 못했습니다. 아비 병을 부풀려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고지식한 건가요.”
사건의 숫자
학년고3
혹 떼어낸 시기4년 전
이제 당신 차례
딸, 잘못했나요?
"아버님 투병 중이신데 따님이 참 의젓해요" 담임선생님 전화 받고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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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다니는 마흔아홉이고 고3 딸 하나 있습니다.
지난주 금요일 오후에 딸 담임선생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수시 면접 대비반에서 모의면접을 했는데 딸이 정말 잘했다고요. 그러면서
"아버님 투병 중이신데 따님이 참 의젓해요. 몸은 좀 괜찮으세요?"
하시는 겁니다. 회의 들어가기 직전이라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네.. 네" 하고 끊었어요.
집에 와서 딸 책상에 있는 면접 노트를 봤습니다. 지원 동기 칸에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가 암 진단을 받으셨다. 수술실 앞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그날, 의사가 되기로 했다"
라고 써 있더군요.
사실은 이렇습니다. 4년 전 건강검진에서 갑상선에 혹이 보여서 떼어냈어요. 조직검사 결과는 양성이었고, 이틀 입원하고 퇴원했습니다. 회사도 일주일 쉬고 나갔고요. 암 진단은 받은 적이 없습니다.
딸한테 물었더니
"결과 나오기 전까지 다들 암일 수도 있다고 했잖아. 나 그 2주 동안 매일 울었어. 그 마음은 진짜야"
"면접관이 아빠 진단서 볼 것도 아니고, 다들 이 정도는 써"
라고 합니다.
딸이 그때 많이 울었던 건 압니다. 수술 날 학교 조퇴하고 병원에 와서 제 손을 잡고 있었어요. 그게 의사가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면 아비로서 고마운 일이고요.
그런데 담임선생님은 지금 제가 암 환자인 줄 아십니다. 다음 주 학부모 상담에 오시라는데 가서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아내는 "면접 끝날 때까지만 모른 척해줘" 하고요.
딸 인생 걸린 면접 앞이라 크게 혼내지도 못했습니다. 아비 병을 부풀려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제가 고지식한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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