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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한 지 4년 된 전직 초등학교 교장입니다. 손주 둘 보는 낙으로 삽니다. 이런 데 글을 올리는 건 처음이라 두서가 없더라도 양해 바랍니다.
고등학교 동창 넷이 부부 동반으로 매년 가을 여행을 갑니다. 올해로 9년째입니다. 총무는 늘 같은 친구가 맡아 왔고, 저는 그게 고마워서 매번 제 차로 운전을 도맡았습니다.
이번엔 경주 2박 3일이었습니다. 숙소와 식사, 기름값까지 합쳐 249만원이 나왔고 네 집이 나누면 한 집에 62만원 남짓입니다. 그런데 총무 친구가 보낸 정산 문자를 보니 저희 집만 93만원이었습니다. 나머지 세 집은 52만원씩이고요.
전화를 했더니 친구가 웃으면서 이럽니다.
"자네는 교장 연금 받으니까 우리 중에 제일 넉넉하지 않나. 조금 더 내게. 다들 그러자고 했네."
다들 그러자고 했다는 대목에서 마음이 이상했습니다. 저만 빼고 셋이 이미 이야기를 끝냈던 겁니다.
연금이 나오는 건 사실입니다. 한 친구는 식당을 하다 접었고, 한 친구는 아직 아파트 경비 일을 나갑니다. 형편이 다른 것도 압니다. 그래서 술자리 계산은 지금까지 제가 먼저 일어선 적이 많았고, 그게 아깝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여행 경비는 얘기가 다르다고 봅니다. 연금은 33년 동안 기여금을 꼬박꼬박 떼고 받는 돈이지 공돈이 아닙니다. 집사람은 연금이 없고요. 사흘 내내 운전한 건 계산에 아예 들어가 있지도 않습니다.
집사람은 "31만원 더 내고 마음 편하자"고 합니다. 저는 액수보다, 셋이 먼저 정해 놓고 통보한 것이 걸립니다.
친구 사이에 형편 따라 더 내는 게 정인지, 이건 정이 아니라 셈이 틀린 건지 젊은 분들 생각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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