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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사는 전업주부 15년차예요. 아들 하나 딸 하나, 큰애가 고1이에요.
지난주에 아들 담임 선생님 상담을 갔는데 선생님이 진로 수행평가 자료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우리 가족 직업 인터뷰'라는 과제였어요. 아빠 칸에는 회사 이름, 하는 일, 인터뷰 내용까지 반 페이지를 채웠는데 엄마 칸에는 딱 두 글자였어요.
'무직'
선생님도 좀 민망하셨는지 "요즘 애들이 표현을 몰라서요" 하셨어요. 집에 오는 내내 눈물이 나더라고요.
아들한테 물어보니 이래요.
"양식에 회사원, 자영업, 공무원, 전문직, 무직, 기타 이렇게 있었어. 엄마 돈 안 벌잖아. 기타라고 쓰면 뭐냐고 물어볼까 봐 그랬어. 그리고 그날 엄마한테 물어봤는데 엄마가 '알아서 써' 했잖아."
그날 기억나요. 제가 딸 학원 픽업 나가면서 바쁘게 대답했어요. 그건 제 잘못도 있어요.
근데 15년 동안 제가 한 게 뭔지 아들이 모르는 것 같아서요. 아침 6시에 도시락 두 개 싸고, 학원 라이딩 하루 네 번, 시어머니 병원 동행 주 2회, 아파트 동대표 2년. 이걸 다 해도 두 글자로 '무직'이에요.
남편은 "틀린 말은 아니잖아. 애한테 뭘 그렇게까지" 하고, 딸은 "오빠가 너무했다" 해요.
아들은 사과는 했는데 "그럼 뭐라고 써야 했는데?" 하고 되물어요. 저도 대답을 못 했어요.
아이가 사실대로 쓴 걸 서운해하는 제가 이상한 건지, 아니면 한 번 짚고 넘어가야 하는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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