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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사는 친정엄마예요. 딸이 결혼해서 서울 살고 손주가 14개월이에요. 이번에 딸이 복직하면서 어린이집 적응 기간 2주 동안만 제가 올라와서 봐주기로 했어요.
첫날 아침에 딸이 클리어파일 하나를 주더라구요. 표지에 '○○이 돌봄 매뉴얼'. 11쪽이에요.
수유 시간표, 이유식 온도 38도, 낮잠은 암막 커튼 치고 백색소음 3단계, 간식은 하루 2회 쌀과자 3개까지, 귤은 속껍질까지 제거, 영상은 절대 금지, 할머니 노래는 동요만. 마지막 장에는 '하지 말아 주세요' 목록이 있는데 그중에 '입으로 음식 식혀주기', '업어 재우기', '사탕·꿀' 이런 게 있어요.
그리고 저녁마다 체크리스트를 카톡으로 보내 달래요. 몇 시에 먹었는지, 변 상태 사진까지요.
저도 딸 둘을 키웠어요. 업어서 재웠고 입으로 식혀서 먹였어요. 그래도 둘 다 잘 컸어요. 그걸 '하지 말아 주세요'로 출력해서 주니까 내가 지금 시험 보러 온 사람인가 싶더라구요. 손주 보는 게 아니라 알바 면접 온 기분이었어요.
사흘째에 애가 낮잠을 안 자서 업어서 재웠어요. 그날 체크리스트에 솔직하게 '업어서 재움'이라고 썼더니 딸이 전화로 "엄마 내가 업지 말라고 했잖아. 허리 다치면 어떡해, 그리고 습관 돼" 하는데 서운해서 눈물이 다 나대요.
딸은 "엄마 힘들까 봐 정리한 거야. 어린이집 선생님들이랑 맞춰야 해서 그래" 해요. 사위는 옆에서 아무 말 없고요.
나는 내 돈 내고 KTX 타고 와서 공짜로 봐주는 건데. 이게 고마운 사람한테 할 일인가요? 요즘은 다 이렇게 하는 건지 궁금해서 물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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